미국 실업률의 신호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급격한 붕괴가 아니라 점진적 냉각이다. 대규모 해고보다는 채용 속도가 눈에 띄게 늦춰지고 있다. 나는 이를 두 층으로 나눠 본다. 첫째는 경기 순환이다. 금리, 물가, 소비 심리가 흔들리면 기업 매출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채용은 가장 먼저 멈춘다. 둘째는 구조 변화다. 자동화, 인공지능, 리쇼어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자리 자체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동일한 직무라도 요구 역량이 더 좁고 깊어져 기존 인력이 재배치되는 동안 신규 채용은 늦어진다. 이 두 흐름이 겹치면 공식 실업률은 완만히 오르지만, 체감 난이도는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다.
개인에게 이 신호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광범위 지원’ 전략은 효율이 낮다. 하루를 쓰더라도 30곳에 얕게 던지는 것보다 5곳에 깊게 준비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단순한 맞춤 이력서 수준을 넘어 채용 공고의 핵심 동사(설계, 최적화, 분석, 자동화), 산출물(대시보드, 실험 설계서, 배포 로그), 지표(ROI, CAC, LTV)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고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레퍼런스의 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기업은 ‘이력서가 좋은 사람’보다 ‘위험이 낮은 사람’을 선호한다. 짧은 추천 한 마디가 결정적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신호는 시간의 지연이다. 합격까지의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면접 라운드가 늘며 과제가 추가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대기 중 생산성’이다. 오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맞춘 작은 결과물을 추가로 만들어 제출한다면,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성장으로 연결된다. 결국 시장이 느려질수록 개인은 더 구체적이고 빠른 피드백 루프를 가져야 한다.
기업 채용의 멈춤
많은 사람들이 더 어렵게 느끼는 것은 대규모 해고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채용의 멈춤이다. 공고가 사라지거나 내부 인력 재배치로 외부 채용이 대체되며,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이 반복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수요의 불확실성이다. 매출과 비용이 흔들리면 CFO는 채용보다 현금 보전을 택한다. 둘째, 기술 전환의 간극이다. 데이터 직군을 예로 들면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사람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파이프라인을 설계·자동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 채용 공고와 실제 요구 사이의 간극이 생기면 기업은 공고를 잠시 닫고 역할을 재설계한다. 셋째, 거버넌스다. 예산권자 교체나 KPI 재설정이 있으면 채용보다 조직 재편이 우선된다.
구직자에게 필요한 해법은 ‘채용 공고 이전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직 직무 정의가 덜 된 시점에 문제를 파악하고 제안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후보 기업의 실적 발표, 제품 업데이트, 경영진 인터뷰를 분석해 문제를 가설로 정리하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실험이나 제안을 메모로 만들어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목적은 과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 정의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선형적 채용 프로세스보다 앞서 진입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채용을 멈추는 것은 리스크다. 좋은 인재는 불황기에 더 빨리 사라진다. 따라서 채용 단위를 쪼개 단기 계약으로 시작하고, 성과에 따라 연장·전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 온보딩 자동화를 강화하면 채용 후 성과가 늦어지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매뉴얼과 권한, 리뷰 주기를 문서화해 신규 인력이 48시간 내 첫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멈춤의 비용은 속도로 상쇄할 수 있다.
지역 격차와 청년 일자리
평균 수치는 전체 상황을 보여주지만, 개인의 체감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크게 다르다. 공공·화이트칼라 중심 지역은 예산 변동에 민감하고, 제조·물류·에너지 기반 지역은 리쇼어링과 인프라 투자 덕분에 버틸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은 첫 직장 진입에서 지역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는다. 이 시기에는 ‘좋은 회사’보다 ‘좋은 위치’가 더 중요하다. 좋은 위치란 학습과 시도, 피드백이 빠르게 반복되는 생태계의 중심을 뜻한다.
청년층을 위한 실전 전략은 네 가지다. 첫째, 수요 지도를 그린다. 구직 사이트 공고보다 밋업, 컨퍼런스, 해커톤 같은 활동을 추적해 열지도를 만든다. 커뮤니티가 활발한 곳에 채용은 늦게라도 따라온다. 둘째, 통근 반경을 재설계한다. 1시간 이내 도시를 포함하면 선택지가 크게 늘어난다. 셋째, 원격·하이브리드 근무를 활용해 물리적 제약을 줄이고 더 큰 시장에 접속한다. 넷째, 인턴·프로젝트 계약 같은 짧은 진입을 교두보로 삼는다. 작은 경험이 장기 경력으로 확장된다.
특히 첫 직장은 종착지가 아니다. 완벽한 자리를 찾기보다 성장 곡선을 만들어낼 발판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연봉 차이는 금세 잊히지만 학습 속도의 차이는 몇 년 후 큰 격차를 만든다. 디지털 포트폴리오, 오픈소스 기여, 글과 강연 같은 가시성 자산은 지역의 제약을 넘어서는 무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 있느냐’보다 ‘무엇을 만들며 보이는가’이다.
종합하면, 현재의 고용 환경은 통계상으로는 완만한 냉각이지만 개인이 체감하는 난이도는 높다. 개인은 초점을 좁히고 대기 중 생산성을 확보해야 하며, 기업은 채용 단위를 쪼개고 온보딩 속도를 높여야 한다. 청년층은 평균이 아닌 지역과 생태계를 바라보며 작은 진입으로 성장 곡선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불확실성을 맞더라도 돛을 어떻게 다느냐에 따라 도착지는 달라진다.